🍽️진정으로 구원받길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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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5.

🍽️진정으로 구원받길 원한다면

안녕하세요. 주인장 붂끄입니다.👨‍🍳 2024년을 맞이해 처음 인사를 드리네요.

책 한 권의 행복을 더 많은 이가 느끼도록 열심히 이야기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

Q, 꿈을 자주 꾸나요? 💭

가끔 너무 실감나는 꿈을 꾸다 깨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헷갈린 적 있지 않으신가요? 오늘의 요리사는 현실과 비현실을 다채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는 분입니다.

🍳오늘의 요리사 |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에는 가보셨나요?"

가벼운 문체와 독특한 구성으로 개인의 내면을 그려낸 하루키의 소설은 1990년대 신세대 문화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며 국내 문화계에도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쳐왔습니다. 그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존재했지만 ‘상실’과 ‘존재’에 대한 세련된 서술로 이끌어낸 공감은 청춘들에게 있어 손이 갈 수밖에 없게끔 만든 것이죠. 오늘은 '하루키 열풍'으로 직접 들어가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코스🍽️

Appetizer - 도쿄기담집 「하나레이 베이」🏄‍♂️🌊

Main dish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Dessert - 렉싱턴의 유령 「토니 타키타니」 🚗🛍️

※ 모바일보다 웹으로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 도쿄기담집 「하나레이 베이」

📖 줄거리

사치의 아들은 열아홉이 되던 해에 하와이의 하나레이 만에서 커다란 상어에 물려 죽었다. 그 이래 10여 년이 지나 사치는 매년 이 시기가 되면 하나레이 만을 찾게 됐다. 어느 날 젊은 일본인 2인조 중 키가 땅딸보만한 자가 사치에게 질문을 한다. "아주머니, 혹시 여기서 외다리 일본인 서퍼를 보신 적 있으세요?" 어째서 그 변변치 않은 두 사람의 서퍼에게는 보이고, 내게는 보이지 않은 것일까?

👥 '가족'을 그린 작품이 거의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가족 이야기'

혹시 그거 아시나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대다수는 가족이 아닌 '개인'을 그려내는 이야기가 많다는 사실을요!🤔 또 다른 매력을 얻을 수 있는 작품 「하나레이 베이」를 같이 읽어볼게요.

🤐 누구를 원망할 수도 욕할수도 없는 죽음

작중 사치는 무려 10년 동안 이 하나레이 만을 바라보았어요. 그녀는 소설 속에서 엄청나게 울거나 직접적인 감정표현은 하지 않지만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며 바라보는 장면을 통해 아직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죠.

"왜 사치는 직접적으로 분출하는 듯한 감정 표현을 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바로 아들의 죽음을 앗아간 것이 자연이기 때문이에요. 누구도 원망할 수 없고 욕할수도 없으며 사치가 온전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기에 간접적인 표현들로 사치의 감정을 말한 것이죠.

⏱️ 10년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치

"아주머니, 혹시 여기서 외다리 일본인 서퍼를 보신 적 있으세요?"

젊은 일본인 서퍼가 외다리 서퍼를 보았다는 말을 들은 사치는 안간힘을 쓰며 그를 찾기 시작합니다. 이후 그녀는 그것이 환상(영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찾으려고 하죠. 이를 모성애라고 생각했지만 단순 이 작품 자체가 모성애만을 비추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즉, 그녀 스스로 이 10년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본인 스스로를 찾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노력을 한 것이 아니였을까요.

✅ 상실을 품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죠. 상실을 마주해 극복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하루키는 사치란 인물을 통해 알려주고자 했던 것이 아니였을지 생각해봅니다.

#2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줄거리

두 세상을 오가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나'는 한 살 어린 여자아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진짜 내가 사는 곳은 벽으로 둘러싸인 그 도시야. 지금 여기 있는 나는 흘러가는 그림자 같은 거야" 기묘한 말만 남겨둔 채 사라진 소녀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어떠한 이유인지 눈을 뜨니 비현실적 세계로 넘어간 '나'는 그곳에서 소녀를 재회하게 되는데..

✍️ 40년의 시차를 건너 완성된 목에 걸린 가시 같던 소설

1979년 데뷔 아래, 하루키는 각종 문예지에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글을 발표했어요. 대부분 그 글들을 책으로 엮어 공식 출간했지만,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아 팬들 사이에서도 오랜 미스터리🤔로 남은 작품이 있었답니다. 바로 <문학계>에 발표했던 중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1980)이에요. 30대 때 쓴 세계를 70대의 하루키가 43년만에 완성시킨 것이죠. 🙀

💔 첫사랑의 상실로 시작된 꿈의 현실

소설 속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 조건은 그림자의 여부에요. 현실의 사람들은 그림자와 붙어있지만 비현실의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선 그림자를 본체와 분리해야만 해요.

사랑하는 여자를 잃는 '나'는 그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의미없는 현실의 삶을 살며 방황을 했어요. 더 이상 '나'에게 내일을 살아갈 힘따윈 아무것도 없는 것이죠. 점차 '나'의 신체는 중년의 남성으로 성장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열일곱에 머물어 계속해서 과거의 추억과 물건을 되새기며 살아갑니다. 이는 즉, 신체와 정신이 분리된 상태(=내일을 살아갈 힘을 잃은 상태)임을 알 수 있죠. 앞서 설명했던 것과 같이 비현실의 세계에 들어가려면 그림자를 제거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비현실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은 '그림자를 버릴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제시함으로써 "내일을 살아갈 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걸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상실의 아픔은 시간이 어느정도 상쇄해주지만 전부 해결할 순 없어요. 그렇다면 그 이후는 마치 사치처럼 직접 그 아픔에 맞서야만 성장을 하는 힘을 가질 수 있죠. 과연 '나'는 성장할 힘을 갖고 그림자를 쟁취했을까요?

⏱️ 시간이 머물러 있어도 계절은 순환한다

비현실 속 세계에 머문 사람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이 도시엔 시간의 역할은 필요가 없어 시곗바늘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순환합니다. 시간이 멈춘 듯 보여도 하루하루는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죠. 시간의 역할이 필요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일로 가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존재하지 않아도 계절은 바뀌는 것이죠.

구독자님들은 내일의 '나'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명확한 스토리가 아닌 흩어지고 기능하지 못하는 인물과 사건의 나열, 멋대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스토리라 많은 독자분들이 길을 잃기 쉬워요.😥 하지만 마치 꿈만 같은 이미지를 생생하게 펼쳐내는 문장들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재미가 굉장히 큰 소설이랍니다.🤭

✅ 이 책이 재밌었다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도 내용이 연결된다고 하니 추천드립니다! 👏

#3 렉싱턴의 유령 「토니 타키타니」

📖 줄거리

토니 타키타니는 재즈 트롬본 연주자였는데 태평양전쟁이 일어나기 4년 전에 중국에 건너갔다가 일본에 돌아온다. 하지만 부모님은 죽어 있었고 하나뿐인 형은 미얀마 전선에서 행방불명이 되어 천애고아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혼자'에 익숙해진 그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와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절망적인 고독을 깨달았고 결혼에 성공하며 그의 고독은 끝이 났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 중 문제는 단 한 가지. 그녀의 옷 구매욕이었다. 어느 날 식사 후 아내에게 옷 사는 것 좀 자제하면 어떻겠냐고 말을 꺼낸다. 그녀는 옷을 환불하러 구입했던 가게로 갔다가 돌아오는 도중 교통사고로 죽어버린다.

👕 무라카미 하루키가 구입한 1달러 티셔츠에서 시작된 소설

'토니 타키타니'라는 제목 약간 생소하지 않으신가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주 오래전, 마우이섬에서 TONI TAKITANI라고 쓰여있는 낡은 티셔츠를 1달러💰에 구입했어요. 구입 당시 그는 셔츠의 문구가 무얼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죠. 하지만 그 티를 샀을 직후부터 이 이름을 제목으로 한 소설을 써보고 싶었고, 셔츠를 볼 때마다 '토니 타키타니'라는 인물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는 말을 했답니다. 정말 신기하죠?

🛍️ 공허의 대물림

토니와 아내는 각자의 공허가 존재했어요. 아내는 화려한 옷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가림으로써 생명과 활기를 되찾고, 그런 부인을 곁에 둠으로써 자신의 부족함을 채운 토니 타키타니. 그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공허한 감정을 외적인 매개체로 채우려고 온갖 힘을 다합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존재 이유인 것처럼요.

그녀는 토니에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옷을 제한받고 잃어버리게 되자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또한 토니도 부인의 죽음으로부터 진짜 외톨이가 되며 다시 공허해지죠. 이들은 옷으로 사랑을 얻었고 고독을 깨닫고 더 깊은 공허를 얻게 됩니다.

🛍️ 731벌의 옷을 남기고 간 아내 그리고 고독

내 안의 무언가가 텅 비어있다고 느꼈던 적이 있나요? 내가 그동안 이뤘던 모든 것들이 사실 허상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라던가. 빈자리를 채우려고 해도 더 부족해 보이는 공허함을 느낀 적이요. 아내가 남긴 옷을 통해 아내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하지만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게 되는 토니는 과연 변화를 할까요?

✅ 영화화가 된 소설 중 하나 <토니 타키타니> 소설보다 영화에 더 재미를 느끼신다면 영화로 소설을 즐겨보는 건 어떠세요?